하늘은 붉은 강가 외전, 카일 소년 시절 치밀한 나키아 악행의 서막

박스 세트로 나온 인기 순정 만화 <하늘은 붉은 강가> 외전은 '카일 황자의 10대 소년 시절' 이야기를 다룬 5권 짜리 소설이다. 차원이동물 성격의 원작 만화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외전을 보면서 시노하라 치에(Shinohara Chie)가 '만화' 묘사 뿐 아니라 '소설'도 무척 흥미진진하게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붉은 강가> 외전 '전반적인 내용'


<하늘은 붉은 강가> 소설 버전 '외전'엔, 현대에서 고대로 타임 슬립(time slip)하여 20대 청년 카일과 만나게 되는 여주인공 '유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는 외전의 5권 뒷부분에 나오는 '일러스트 갤러리'에 그림 묘사로 깜짝 등장할 뿐이다.(원작 만화에도 나오는 그림들임)

이 외전의 전반적인 내용은 앞권에서 '2대 황비였던 카일 모친 힌티가 당시 측실이었던 나키아(본편과 외전 스토리를 굴러가게 만드는 최강 빌런)에게 살해 당한 뒤 다른 이가 범인으로 알려지자 진상을 밝히려는 카일과 잔난자의 고군분투기'를 다룬다. 이후 '카슈-미탄나무와-루사파 등 카일이 훗날 황태자와 황제가 된 뒤에도 자신을 잘 보필할 인재들을 얻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데, 원작 만화 내용에 끌렸던 이들이라면 이 외전 소설 역시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은 붉은 강가> 소설 외전 '소제목'

  • 1권 : 마(魔)의 시대의 여명
  • 2권 : 마(魔)의 시대의 여명-속편
  • 3권 : 음력 초하루의 달
  • 4권 : 초승달
  • 5권 : 상현(上弦)

<하늘은 붉은 강가>의 시.공간적 배경인 기원전 14세기 히타이트, 만화 본편에서 현대 소녀 유리를 고대 제국의 왕자 카일과 맺어준 중매쟁이(?)이자 처음부터 끝까지 이 둘을 위험한 상황으로 밀어 넣었던 악녀 나키아.. 이전 시간대를 다룬 이 외전 소설에서도 미친듯이 악독하다.

(魔)의 시대의 여명, 연쇄 살인마가 제2 권력자로


황제에 이어, 당시의 황비는 여성 최고의 지위인 타와난나도 겸하고 있는 히타이트 제국의 제2 권력자였다. 시노하라 치에(篠原千絵) <하늘은 붉은 강가> 외전 '마(魔)의 시대의 여명' 편에선 타와난나로서 훌륭한 자질을 보여준 2대 '힌티' 황비가 사망한 뒤, 악귀의 환생이 아닌가 싶은 '나키아'가 3대 황비가 되면서 제국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내용으로 포문을 열었다.

인품 좋은 힌티 왕비는 '친아들인 카일'과 함께 '신분 낮은 모친을 일찍 여읜 잔난자'를 사랑으로 길러 주었다. 이에, 그 모자를 은인으로 여기며 평생 보답해야겠다 생각해 온 카일의 바로 아래 이복 남동생 잔난자.. 어느날 민중들의 흠모를 받고 있는 이 훌륭한 '힌티 황후'가 의문사하자, 여러 정황 상 황제의 11명 측실 중 1인인 '나키아'가 범인이라 생각한 잔난자는 궁 안에 있으라는 카일 형님의 의견을 따르지 않은 채 악녀의 범행을 밝혀내기 위해 밖으로 조사하러 다니며 애쓴다.

<하늘은 붉은 강가> 본편 만화를 통해 '나키아'는 최측근을 잃은 마지막까지도 혼자 엄청난 일을 벌이며 초강력 빌런력을 자랑한 바 있다. 그랬던 그녀, 이 외전 소설에서도 무척 세다. 10대 소녀 시절, 정략 결혼 비슷하게 아빠 뻘 나잇대 히타이트 황제의 측실로 바쳐진 바빌로니아 출신 나키아. 변변하게 연애도 못해 보고, 자신의 인생이 일찌감치 그렇게 풀린 데 대한 불만이 엄청난 인물이다.

오랜 은둔 생활을 벗어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악녀 나키아


이후 수필룰리우마 황제의 아들을 낳긴 했지만, 서열 상 '황제의 여섯 황자들 중 막내 아들인 나키아 소생'이 황태자나 차기 왕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히타이트로 시집온 뒤로 거의 은둔 생활하면서 사람들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나키아는 자신의 아들인 쥬다가 어린이 나잇대 정도로 성장하자 본격 행동 개시, '힌티 황비와 그녀의 직속 시녀' 2킬(kill)해 버리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죽은 시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

시노하라 치에(しのはらちえ)의 <하늘은 붉은 강가(天は赤い河のほとり)> 외전 앞부분 '마(魔)의 시대의 여명'에서 서열 한참 뒤인 나키아는 2대 황비 힌티를 독살한 뒤,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측실(후궁) 및 그 다음 서열-그 다음 다음 서열의 측실들 죄다 살해하고 교묘하게 다른 이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본인은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 기어코 3대 황비 자리에 오르고 만다.

꼼꼼한 계획형 빌런, 그렇게까지 치밀할 수가!


그녀의 최측근이라 해봤자 본편에서도 행동 대장이었던 신관 우르히 정도인데, 이 소설 외전을 통해 '나키아-우르히'가 일당 백 파워로 궁 안의 모든 사람들 및 확실한 증거를 잡은 카일과 잔난자 형제 아닥시키고 자신들 세상 열어가는 내용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10년 가까이 후궁에 틀어박혀서 자신이 황후가 되고 아들을 황제로 올릴 계획도 엄청 꼼꼼하게 짠 '계획형 빌런'인 데다, 악행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새로운 음모 추가하는 순발력도 뛰어난 인물이 <하늘은 붉은 강가> 속 악녀인 나키아 황비이다.

나키아의 심복인 우르히 샤르마의 주저함 없는 잔혹함으로 인해 <하늘은 붉은 강가> 외전에서도 여러 인물들이 죽어 나가고 1~5권까지 '차차기 강력 황제 후보인 카일 황자'도 꽤 많이 죽음의 고비를 넘겨야만 했는데, 현대로 치면 '나키아 & 우르히'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1도 없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성향의 사람들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을 잘 얻은 자, 나중에 훌륭한 황제가..

작중 카일 황자에겐 '(만화 본편 후반부에 등장하는) 시각 장애인이면서 예언력 있는 이복 누이'가 있다. 외전 내용을 통해 이 신관이자 예언자 누이가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카일에게 도움이 되는 말(그의 측근이 되는 인재)들이 하나하나 모이고 이슈타르 여신(본편의 유리)의 가호를 받게 되어 언젠가 그가 나키아 황비를 물리치게 된다'는 예언을 한다.

카일에게 최고의 책사인 문관 '이르바니'와 카일 황자의 사생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전차 마부 겸 시종 '키클리'는 이미 그의 최측근인 걸로 소설 외전 내용이 시작된다. 2~5권에 걸쳐 훗날 성인이 된 카일에게 큰 도움이 될 '카슈, 미탄나무와, 루사파'를 수하로 받아들이는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5편에 나온 방랑 공연단 출신 루사파의 과거 서사는 특히 슬펐다. 15세 정도? 카일과 비슷한 나이의 루사파가 그때까지 엄청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만화 본편에서 마지막 나키아의 악행 속에서 '카일-유리의 해피 엔딩'을 이끈 건 '루사파의 희생'이 있었기에 그랬던 걸 생각하면...

원작 만화처럼, 외전 소설도 흥미진진


1권 '치밀한 나키아 악행의 서막'을 시작으로, 5권 '루사파를 측근으로 얻게 된 소년 시절 카일 황자'의 이야기까지 다룬 <하늘은 붉은 강가> 박스 세트 소설 '외전'은 나온 지 몇 년 되었으며, 현재도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정가 3만원 넘지만, 할인 좀 받고 하면 2만원 대에 구매할 수 있다.(중고는 1만원 대에도 판매하는 듯..)

책 사이즈가 작은 편이고, 두께도 두꺼운 것과는 거리가 있기에 5권 짜리라 해도 가벼운 맘으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중간 중간 원작자 시노하라 치에가 그린 '삽화'도 꽤 들어가 있는데, 본편에서의 '섹시한 20대 카일'과 달리 '10대 소년 시절의 아직은 덜 자란 귀여운 카일' 모습 볼 수 있다. 텍스트로만 사건을 묘사하는 이 <하늘은 붉은 강가> 소설 외전도 본편 만화 못지않게 흥미롭고 매력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