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고전 매니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순정 만화 <아사와 레도 왕자>... 정식 번역본 제목은 <불꽃의 로맨스>이며, 우에하라 키미코(上原希美子)의 작품이다. 그녀의 그림체도 <생명의 그릇>에 와서는 많이 바뀐 것 같던데, 오래 전 '눈동자 안에 냉장고 한 대 들어앉아 있는 듯한 왕눈이 스타일'은 우리나라 순정 만화가들에게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
<불꽃의 로맨스> 여자 주인공 '아키'와 남자 주인공 '레드비(=죠지)'가 로컬 버전인 해적판 <아사와 레도 왕자>에선 '아사'와 '레도(=지훈)'으로 둔갑하였다. 그에 따라, 공간적 배경도 '일본->한국'으로 바뀌었다.
'아사'는 중학교 때부터 '희재'란 남학생을 짝사랑해 왔으나, 고등학교 들어간 뒤로 같은 반인 '지훈'과 자꾸 엮이게 되면서 그가 좋아진다. 배경이 동양이니까 당연히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인데, 어느날 아사는 스쳐 지나가듯 지훈(알고 보면 레도 왕자)의 푸른 눈과 금발 머리를 접하게 된다. 그래서 지훈이 '가발'과 '검정 렌즈'를 착용한 혼혈아라 생각하게 되는데...
| 레도(레드비) 왕자 |
의문의 그는 남태평양의 코랄 왕국에서 '검은 머리 신부'를 구하기 위해 잠시 떠나온 그 섬왕국의 왕자였다. 그 나라만의 과거 역사로 인해 코랄에선 '흑발의 여성'만이 '여왕'이 되어 나라를 통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후계자인 왕자 역시 블랙 헤어의 신부를 얻어야 정식 승계를 받을 수 있어서 신부감을 찾으러 온 거였는데, 레도 역시 아사가 좋아졌지만 겁 많고 눈물 많은 그녀가 자기네 나라에서 '왕위 다툼'으로 인해 고통 받는 게 싫어서 그냥 돌아가 버린 터였다.
하지만 현재 국왕 부부와 레도 왕자를 '원수'로 오해하고 있는 사촌 동생 루이가 아사를 레도의 사랑하는 여친이라 여기고선 사촌에게 고통 주기 위해 그녀를 납치하여 자신의 신부로 삼아버린다. 그 나라에서 탈출은 불가능하고, 레도에게 약간의 오해를 하고 있던 아사는 그 길로 루이의 신부가 되는데... 이러하듯 <아사와 레도 왕자=불꽃의 로맨스>는 여주가 남주 아닌 섭남과 일찌감치 부부가 되는 설정으로부터 시작한다. 물론 동침은 하지 않는 '명목상의 부부'다.
| 루이 왕 |
극 내내 남자 주인공에게 고통 주는 역할을 하는 '루이'는 자신의 부인으로 삼았지만 절대 터치하지 않고 그녀를 외롭게 하겠단 심산으로 사촌이 좋아하는 여자애를 부인으로 삼은 거였으나,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이 여주를 좋아하게 된다.(나름 '루이'도 인기 캐릭터)
<아사와 레도 왕자> 스토리의 가장 큰 미덕은 극 후반부에 나오는데, 예상치 못했던 '삼중 출생의 비밀'이 팡팡 터지면서 빅 재미를 준다. 물론 '여리고 눈물 많았던 여주인공이 코랄 왕국 여왕으로서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인간적으로 점점 성장해 가고 레도 왕자와 안타까운 사랑을 하는 중반부까지의 내용'도 재미있다.
이 폐쇄된 섬나라에서 여왕 이외에 흑발로 태어난 자들은 죽임 당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전 왕 서거 후 현재 국왕으로서 나름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 금발 '루이'왕의 원래 머리색은 검은색이었으며 그것에 관해 2차 출생의 비밀이 터지고, 이전에 여주인공 '아사'가 지닌 팔찌 관련하여 1차 출생의 비밀 쇼크가 발생한다.
| 아사(아키) |
그 1차 출생의 비밀에 의하면 현재 '부부'인 '루이와 아사가 남매 사이가 아닌가?' 해서 여러 인물들을 혼란케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국왕 부부와 동생 부부가 '검은 머리 아기인 루이'의 희생을 피하기 위해 서로 아이를 바꿔서 키웠기에 '알고 봤더니, 서로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는 레도와 아사가 남매 사이'인 것으로 밝혀져 두 주인공을 심란하게 만든다.
그러다 나중엔 실권을 쥔 기도사 '사모이'가 외부인 여성을 끌어들여 여주와 '차기 여왕' 자리를 놓고 다투는 과정에서 그 여성이 상대를 불리하게 만들기 위해 '아사의 뒷조사'를 하게 되는데, 그 조사를 통해 '(본국 일본에서 or 한국에서) 아사를 키워준 엄마는 그녀의 친엄마가 아니었다'는 3차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아사의 생모는 그녀가 아기 때 사망했으며, 친엄마로 알고 살아온 그 다정한 엄마는 아빠와 재혼한 것이었던...
그리고 '아사를 키워준 엄마'는 과거 코랄 왕국에서 난이 일어났을 때 도망가다 벼랑 아래로 떨어진 그 왕가의 일족으로서 알고 봤더니 '레도 왕자의 친엄마'였다. 만화 <아뉴스데이>에서의 주인공 커플은 절벽 아래 바다로 떨어지고 그대로 사망이던데, 이 '레도의 생모'는 용케 바다 건너 다른 섬까지 건너가 잘 살고 있었던 운 좋은 여성이다.
<아사와 레도 왕자> 초반부에 나오는 '고등학교 신학기 장면'이 좀 지루해서 압박감 있지만 여주가 '코랄 왕국'으로 건너간 이후의 스토리는 대체로 재미난 편이다.
원수인 줄 알고 죽게 만들었던 이전 왕비(레도의 엄마)가 자신의 친엄마였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정신줄 놓은 '루이'는 아사 구하려다 사망하게 되어 마지막엔 서로 사랑하는 '아사'와 '레도 왕자'가 맺어지게 된다. 그리고 둘이 힘을 합쳐 이전의 폐습을 없애고 '코랄 왕국'을 보다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아사의 본국과 교류도 할 수 있게 되는데...
3중 출생의 비밀에 의하면 '아사를 키워준 엄마'는 '레도 왕자의 친엄마'이기에, 결국 이 어머니는 자신의 친아들을 사위로 삼게 되는 셈이다. 이 고전 순정물 내용은 작은 왕국의 '국왕과 왕자'를 둘러싼 그 부모 세대로부터의 얽히고 섥힌 인연과 비극적 운명을 담고 있는데, 막판에 반전에 반전 거듭하며 통속극 보는 듯한 재미를 줘서 그 대목이 좀 인상적이었다.
다른 작품도 살짝 접해 봤는데, <아사와 레도 왕자=불꽃의 로맨스> 외에도 '우에하라 키미코(Uehara Kimiko) 만화'는 기본적인 재미가 보장되는 것 같다. 특징 있는 '냉장고 한 대 들어 앉아있는 등장 인물들 눈매'도 자꾸 보니 중독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