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별의 목소리 만화책 결말, 애니와 살짝 다른 내용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감성 SF물 <별의 목소리>는 2002년에 개봉한 그의 출세작이다. 사람들이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소통하기 시작했던 시기에, 거의 혼자 제작하다시피 한 '지상과 우주로 갈라져 문자를 주고받는 소년-소녀 장거리 연애 서사'의 애니메이션을 내어놓아 주목 받았다.

신카이 마코토 '장거리 연애물'의 시초


중학교 때부터 서로만을 바라보며 많은 일상을 함께 해온 테라오 노보루와  나가미네 미카코. 16세가 되어 남자 쪽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여자 쪽은 '타르시안 프로젝트'의 UN 우주군으로 선발되어 트레이서를 몰게 된다. 일종의 '로봇 조종사' 같은 역할이다.(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랜덤 선발'임)

동적인 영상물인 25분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에선 트레이서를 모는 여주인공이 우주 공간에서 타르시안과 '전투하는 장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영상물에 나오는 전투씬이 좀 처절해 보여서 일순 그런 생각도 들었다. '성인도 아니고, 훈련 받은 군인은 더더욱 아닌 어린 소녀를 왜 우주에서의 전투에 투입하지?'라는 생각. 아직 더 자랄 때고, 학교에서 '생활에 필요한 각종 지식 공부'를 해야 할 나이 아닌가 싶었기에 말이다.

'애니메이션-소설-만화' 3종 세트


순정 SF물 <별의 목소리(ほしのこえ)> 뿐 아니라, 신카이 마코토(しんかいまこと)의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은 '소설'이나 '만화'로 출판되는 경우가 많다.

<별의 목소리> 만화책의 경우, 단권이지만 극장판 애니에 비해 '등장하는 캐릭터'가 몇 명 더 있고 '스토리'도 보다 세세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만화책 결말이 친절한 편이고 애니메이션 쪽보다 더 희망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비슷한 엔딩, 각기 다른 뉘앙스


애니 쪽 엔딩부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우주로 나갈 것 같은 암시는 주지만, 둘이 언제 만날지 기약 없는 채로 극이 종료된다. 그에 반해, <별의 목소리> 만화책에선 '둘이 곧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끝이 난다.

같은 제목을 달고 있으면서 별개의 작품인 것처럼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내용 or 결말'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그런 예에 속한다. 만화책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스토리가 극장판 영화엔 생략되어 있으며, 나우시카에 대한 결말의 뉘앙스도 좀 다르다. 그만큼 차이가 크진 않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별의 목소리> 결말에서도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쪽에서 그 '약간 다른 뉘앙스'가 살짝 느껴졌다.

컬러풀 영상의 감동도, 흑백 텍스트의 감동도..


신카이 마코토(Shinkai Makoto)의 이 작품은 로봇 SF물임에도 주인공들이 '(그리운 것들) 부드러운 흙의 감촉, 한밤중 편의점의 평온한 분위기, 소나기 내릴 때의 아스팔트 냄새...' 등을 시처럼 읊는 마지막 대목이 사람들 감성을 파고드는 측면이 있다. <별의 목소리>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컬러풀하고, 동적이고, 엔딩곡도 서정적이어서 그 대목이 잘 와닿는데, 그걸 흑백 만화책 텍스트로 읽어도 감동적이긴 마찬가지다.

차이점이라면... 애니 쪽 결말은 왠지 좀 쓸쓸하고 '몸'은 떨어져 있지만 시간과 거리를 초월한 두 주인공의 '마음'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만화책 결말은 '마음'이 이어져 있을 뿐 아니라 '몸'도 곧 만날 것 같은 희망을 주면서 끝내고 있다는 대목. 아련하고 쓸쓸한 결말도 아름답긴 하지만, 난 그래도 직접적인 희망 주는 쪽이 좋다.

해왕성, 명왕성으로 갈수록 벌어지는 시간 차


'(수금)화목토천해명' 식으로, 뒤쪽으로 갈수록 지구와 거리가 멀어진다. <별의 목소리> 초반에 여주인공이 화성과 목성을 지나가며 '문자 메시지'가 전달되는 시간이 반년에서 1년 정도 걸리는 걸로 나오는데, 나중에 명왕성까지 가게 되면서 문자 도착 시간이 8년 간격으로 벌어진다.(이후, 시리우스까지 날아감)

지구에서의 시간과 우주에서의 시간 개념이 달라지다 보니, 나중에 '우주군으로서 리시테아호에 오른 미카코'는 아직 16세이지만 '지구에 있는 노보루군'은 25세가 되는... 이런 식이 되어 버린다.

만화책엔 나가미네 미카코의 '우주군 동료'들도 등장한다. 그 중엔 '지구에 내려갈 기회는 있었지만, 지구 쪽 사람들과의 어긋나버린 시간이 무서워서 내리지 못한 선배' 이야기도 나오는데, 상기의 이유에서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이다. 여전히 젊은 자신과 달리 한 때 교제했던 남자 친구는 이미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있을 거란 얘기를 한 걸로 보아, 여주보다 우주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더 긴 선배 같다.

과거의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


문자를 주고 받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바쁜 학교 생활에 얼핏 그녀를 잊는 듯 보였으나, 결국 남자 주인공 노보루는 '우주공학과'로 편입하여 마지막에 여주인공을 만나러 온다. 중간에 '노보루'군에게 다가오는 다른 여학생도 있었지만, 그가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음에도 미카코를 만나기 위해 우주로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여학생이 여주를 부러워하는 대목도 만화책 스토리엔 나온다.

타르시안의 습격에 의한 괴멸 직전의 리시테아호에 '지구에서의 원군'이 파견되는데, 여주인공이 '구조 부대 리스트'에서 '노보루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별의 목소리(Voices of a Distant Star)> 만화책 결말이다. 애니메이션 결말과는 살짝 다르다. 만화책 마지막 문장을 "언젠가 분명 만날 수 있을 테니까..."로 끝맺었다. 남주가 지원군으로서 우주에 파견되는 것이니, 곧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주인공들 나이가 달라지는 SF적인 설정


남녀 주인공이 곧 만나게 된다는 암시를 주며 끝낸 것인데, 만화책 결말에서처럼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원래 '동갑'이었던 둘의 나이는 '남자가 8~9세 연상인 것'으로 바뀌어져 있다. 10대 중반, 20대 중반이고 작중 외형도 둘 다 젊은 것으로 나오니 '나가미네의 선배' 경우와 달리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아니다.

그림 작가는 따로 있고 신카이 마코토(新海誠)가 글을 담당한 만화책 <별의 목소리>를 통해 '원래 동갑이었던 주인공들이 나중에 연상남-연하녀로 재회하게 되는 설정'을 보면서, 이츠키 나츠미(樹なつみ)의 명작 만화 <오즈(OZ)>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 만화에선, 반대로 '원래 연상남-연하녀였던 남녀 주인공이 결말부에 동갑 나이로 재회하게 되는 설정'이 등장한다. 두 작품 모두 SF물이기에 가능한 설정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