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사랑의 아그네시카>는 자기 나라를 멸망시킨 에르비다에 노예로 간 여주인공 '아그네시카'가 그 왕국의 세 왕자들 뿐 아니라 평범한 백성들로부터도 사랑 받아 나중에 왕비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는 동화적 느낌의 순정물이다....라고 하기엔, 후반부에 '복잡한 출생의 비밀' 빵빵 터지는 통속극적인 재미가 극의 핵심 요소 같은 만화다.(김영숙은 '상징적인 이름'이며, '김영숙 이름으로 나온 만화의 글과 그림'을 모두 이 만화가가 담당한 건 아닌 걸로 알고 있음)
멸망한 나라의 여주인공
순정 만화 <사랑의 아그네시카> 속 명랑하고 따뜻한 성정의 여주는 나라가 멸망하여 이웃 나라인 에르비다의 노예가 되지만, 세 왕자 모두 그녀에게 호감을 느껴 '궁전에서 왕자들의 시중을 드는 시녀'로서 비교적 편하게 지낸다. 힘든 사람들을 돕고, 마을 아이들에게 즉석 자작곡을 불러주거나 글을 가르쳐 주기도 해서 어느덧 그 나라 백성들로부터 큰 사랑 받게 되는 아그네시카.
| 아그네시카(여주) |
중간에, 좀 더 강대국인 기리아의 젊은 여왕 가브리나가 등장한다. 가브리나 여왕에게 미움을 사 '마녀'로 몰려 화형 직전까지 간 아그네시카가 백성들의 옹호로 되살아나고, 두 나라 간에 전쟁이 터지지만 여주의 거울 작전으로 결국 악녀인 여왕을 물리치게 된다.
등장 인물이 하프 켜는 만화
<사랑의 아그네시카>도 '등장 인물이 하프 켜는 만화'다. 황미나 <아뉴스데이>에선 멸망국 왕자로서 이웃 나라의 검투사 노예가 되는 '에로우스'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면서 하프 켜는 장면 나오고, 김영숙 <사랑의 아그네시카>에선 기리아국 여왕 '가브리나'와 여주인공 '아그네시카'가 중간에 하프 켜면서 노래 대결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주-여주-섭남 삼각관계
극 중반부 지나 <사랑의 아그네시카> 본격 무대인 에르비다 왕국의 셋째 왕자 '가니얀' 캐릭터는 스리슬쩍 사라지고, 그녀와 결혼할 마음까지도 품고 있는 첫째 왕자 '브라만'과 둘째 왕자 '레이세스'와의 삼각 관계가 펼쳐진다. 이후, 에르비다에서 지내던 여주 아그네시카의 '목걸이'로 인해 본격적인 출생의 비밀 설정이 이어지게 되는데...
삼각관계 당사자들, 삼남매 될 뻔
'약소국 나르타마에서 온 노예 아그네시카-에르비다 왕국의 배다른 형제로 알려진 첫째 왕자 브라만-둘째 왕자 레이세스가 남녀 사이 삼각 관계로 얽혔는데, 알고 보니 셋 다 혈연지간인 삼남매?' 이런 설정이 나왔다가 '섭남인 브라만은 국왕의 핏줄이 아니었고, 그와 남주 레이세스는 엄마 아빠 모두 다른 남남이었다'에 이어 '여주의 친부-친모는 따로 있었으며, 남주와 남매 사이 아니다'로 스토리가 흘러간다.
| 브라만(섭남) |
첫째 왕자 브라만은 국왕의 이전 부인(신분이 낮아서 정식 왕비로 인정 못받고 쫓겨난 여인)이 낳은 아들이 출생 후 급사망하자 궁에서의 입지가 약해질 그녀를 위해 '따르던 하녀'가 자신의 아들을 대신 키우게 한 것이었다.(그러니까, 국왕의 아들이 아닌 셈)
긴박감 넘쳤던 출생의 비밀
극 중 악당남이 자신의 출생에 관해 전혀 모르고 있던 브라만에게 '네 어머니는 하녀의 모략으로 쫓겨난 것'이란 거짓 정보를 줘서 섭남이 자기 불행했던 어린 시절 기억 떠올리며 그 하녀(사실은 자신의 생모)를 사형시키려 하자, 다른 곳에서 진실을 알게 된 여주가 그걸 저지시키려 달려온다.
이후, 간발의 차로 '브라만의 생모'가 아들을 위해 비밀을 밝히지 않은 채 안타깝게 죽는 대목이 <사랑의 아크네시카> 후반부 내용 중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 아닌가 싶다.
결말은 아기자기한 느낌의 동화처럼
<사랑의 아그네시카> 마지막 부분에서 섭남 캐릭터가 좀 멋있게 묘사되는데, 스스로 자격 없다고 판단한 첫째 왕자 브라만의 양보로 '서로 사랑하는 둘째 왕자 레이세스-아그네시카' 커플이 국왕 부부가 되어 나라를 평화롭게 잘 다스리는 동화 같은 결말로 끝을 맺었다.
| 레이세스(남주) |
20세기 때 다른 국내 순정 만화가들 일부가 그러했던 것처럼 일본 만화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런 류의 순정 만화 화풍을 선호하는 이들이 꽤 있었던 걸로 알고 있고, 나 역시 '특유의 그 여주인공 그림체'를 좋아했었다. 남주는 몰라도, 여주 쪽은 확실히 저쪽에 비해 김영숙 사단의 화풍이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런 느낌 있게 잘 그려졌다.
다른 작품의 영향 받은 만화들도 있지만 '김영숙(김영숙 컴퍼니 직원 또는 문하생들이 만들어낸) 만화' 중 <갈채> 시리즈는 한국에서 지어낸 오리지널 스토리라고 하는데, 이 만화의 영향으로 '김영숙 만화'에 매력 느낀 이들이 많이 생겨난 분위기다. 나 또한, 소시 적 절친이 김동화 만화 좋아할 때 <갈채>란 작품의 영향으로 한국 만화가들 중 '(본명 아니고 본인 아니지만) 김영숙'의 만화에 가장 관심 있다 말한 적이 있었던지라... 김영숙 <갈채> 여주인공은 국내외 통틀어 '만화 속 남장 여자 캐릭터'들 중 가장 좋아하는 등장 인물이기도 하고 말이다.
(출판물 제목 파트에 '아크네시카'로 표기되어 있는) <사랑의 아그네시카>는 실물 만화책 소장하고 있지만, 작품 수가 꽤 많은 기타 '김영숙 만화'들은 현재 '전자책(이북)'으로 접할 수 있기에 '만화 사이트 ebook 코너'를 통해 감상하기도 한다. 요즘엔 웹사이트에서 E-북 만화책 '대여'도 하고, 소장할 수 있도록 '판매'도 한다. 권수가 많아도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