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은 '앙드레 죽음-오스칼 죽음-(몇 년 뒤) 마리 앙투아네트 죽음' 이후, 세월이 좀 흘러 '페르젠이 사망하였다'는 짧은 묘사가 나오는 걸로 결말지었다. 대동소이하긴 하지만, 이번에 나온 신 버전 애니메이션의 경우 '결말에 대한 장면 묘사'가 살짝 다르다.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 여러 차례 영상화 시도
'1972년에 첫 연재된 원작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를 바탕으로 일본에선 1979년 TV 시리즈인 40부작 애니메이션이 나왔으며, 이 구 버전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선 1993년과 2011년에 각각 방영된 바 있다. 2007~2009년 즈음 일본에서 'TV 시리즈'가 아닌 다른 작화 버전 '영화'로 제작하여 상영하려다 무산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새로운 작화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가 제작되었다. 이 <베르사유의 장미> 신 버전 '리메이크 애니'가 2025년 1월 일본에서 극장 개봉 후, 4월 말 넷플릭스 OTT를 통해 국내 대중들에게도 공개된 것이다.
실존 인물 캐릭터인 '마리 앙투와네트'와 더불어 <베르사이유의 장미> 여성 캐릭터의 또 다른 한 축인 '오스칼'이란 가상 인물을 원작 만화가인 이케다 리요코(Ikeda Riyoko)가 만들어 냈기에, 여타 장르 콘텐츠의 줄거리를 영상화한 것이라 해도 그 근본은 역시 리요코 여사의 만화책이 아닐까 싶다.
<베르사유의 장미> 2025년 극장판 '리메이크 애니 영화'의 경우, 1시간 50분 정도로 스토리 진행을 하느라 원작에서의 '비중 있는 조연 캐릭터'들 서사가 죄다 생략되어 있다.(ex-잔느/로잘리/베르나르/뒤바리 부인/폴리냑 부인 등) 작중 앙드레가 눈을 다치게 되는 건 흑기사 때문인데, 흑기사 캐릭이 생략되다 보니 '다른 사건에서의 다른 단역 캐릭터로 인해 다치는 내용'으로 흘러가는...이런 식이다.
군데군데 노래들이 많이 나오는데, 나름의 압축 전략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정략 결혼한 남편과 아직은 소원하고 일상에서 공허함을 많이 느끼는 마리 왕비가 화려한 장신구와 드레스, 오페라 관람, 무도회 등으로 시간 보내는 것'을 음악 동반하여 뮤직 비디오처럼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일부 에피소드에 대한 극 진행'을 빨리빨리 해버리는 것이다. 그런 방식이 맞는 사람도 있고, 안 맞는 사람도 꽤 있을 것 같다. 뮤지컬 방식은 취향을 많이 타는 것이라 그렇게까지 막 대중적이라 볼 순 없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건 기존의 '시종 대사로써 극 진행을 해나가는 극 전개 방식'이니 말이다.
2025년 리메이크 애니메이션의 특징
<베르사이유의 장미(ベルサイユのばら)>가 '시대물'이고 일본의 '고전' 만화임에도 이 신 버전 영화 속 노래들은 디즈니 애니 같은 삘이 좀 있어서, 왠지 요란하고 느끼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멜로디 자체'는 좋은 편이어서 뮤직 비디오 보는 느낌으로 한 번씩 노래 감상하는 것도 크게 나쁘진 않았다. 구 버전에 비해 화면 때깔은 확실히 좋은 편이다.
일부 및 '오스칼'에 대한 작화도 1979년 구 버전 애니 보다는 2025년 신 버전 애니가 '이케다 리요코의 원작 만화 속 오스칼'과 조금 더 흡사하다. 전반적인 색감이 은은하면서, 주인공들 제복이나 화려한 드레스에 대한 묘사 및 전투 장면 영상미를 통해 충분한 볼거리가 느껴졌다. 그리고 2시간 동안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나름 효과적으로 압축해서 보여줄려는 시도가 엿보였으며, 하나의 극 자체로 그냥 즐기기엔 괜찮은 애니메이션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각자만의 포인트는 다 다르겠지만 이케다 리요코(池田理代子)의 원작 만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사람들 입장에선 '이 부분은 빼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요소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케다 리요코의 원작 만화 특징과 장점
"프랑스 혁명을 이 만화로 배웠어요" 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원작에선 '정치'와 '역사'의 비중이 크고, 거기에 등장 인물의 '로맨스'도 적당히 가미되어 있는 느낌이 강하다. 그에 반해 이번 신작 애니의 경우 '중반부에선 마리 앙투와네트와 페르젠의 사랑 이야기' 찔끔 등장하고, 후반부에 가선 '오스칼과 앙드레의 사랑 얘기' 등장하는 와중에 '정치'나 '역사' 관련 내용은 홀케이크 위에 얹힌 청포도나 딸기 같은 분량으로 살짝만 등장하는 느낌이라 이도 저도 아니게 '(본 내용에 대한) 요약본' 같은 성질이 강하다.
이케다 리요코의 <베르사유의 장미(The Rose of Versailles)> 원작 만화의 장점이 '1789년 혁명'기를 전후한 프랑스의 정치와 역사를 세세하게 다뤘다'는 대목과 '잘못한 대목도 있지만 과도한 마녀 사냥의 피해자이기도 했던 실존 인물 마리 앙투아네트의 입장 및 극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주인공으로서의 복합적인 심경을 구체적으로 잘 묘사하였다'는 대목에 있는데, 영상물인 애니메이션에 와선 그런 대목들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영상물에선 왜 피해자인 주인공을 빌런화시켰을까?
원작 만화에선 '검소하고 순하긴 하지만,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면서 신하들에게 휘둘리는 루이 16세'를 부추겨 백성들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빌런 캐릭터가 따로 있다. 그런데 '(신.구 버전 포함하여) 애니메이션 후반부'에 가면 어느 순간 그 단역급 빌런 캐릭터 대신 '마리 앙투아네트'가 스리슬쩍 빌런캐 비슷하게 되어버리고, 주인공 양대 산맥으로서 극을 지탱해야 할 이 등장 인물의 미덕과 무게감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물론 '오스칼'이 있지만, 원작 만화에서 '투톱 여주인공 둘 서사의 묵직함'을 맛보았던 입장에서 봤을 때 신.구 애니메이션에서의 '투톱'이려 하다가 중반부 지나 '아몰랑, 리요코 여사처럼 하기 빡세요' 하면서 '원톱'물로 스르륵 무너져 내리는 <베르 바라..>는 그 중량감이 살짝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영상물에선 번번히, 초반에 잘 나가다가 중반부 지나 '(실제로 완벽한 정의인지는 살짝 의문의) 정의처럼 보이는 vs 정의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편 갈라서 이분법적 방식으로 극을 진행해 버리니 말이다.
그나마 구 버전 애니에선 최강 빌런인 '목걸이 사건'의 사기꾼 악녀 잔느 캐릭터도 나오고 그녀를 이용하는 왕족 캐릭터도 나와서 그들이 퍼뜨린 헛소문으로 인해 '국고 탕진도 했지만, 마녀 사냥의 희생자로서 한 짓에 비해 과도한 업보를 받게 된 마리 앙트아네트'가 '백성들에게 사랑 받는 왕녀에서 국민 욕받이가 되어 화려함의 정점에 서 있다가 씁쓸하게 몰락해 가는 과정'이 대략적으로라도 나오지만, 이번 신 버전 애니에선 '앙드레의 사망'에 이은 '오스칼의 죽음'까지만 극화하고 '마리 왕비의 처형 장면'은 역사화와 자막으로 대충 설명해 버리고 끝냈다.
진중한 '정치 역사물'이 단순 '로맨스물'로
1시간 50분 짜리를 2시간 50분이나 3시간 넘는 분량으로 늘려서라도 '목걸이 사건'과 잔느 캐릭터 정도는 나와줬어야 되지 않나 싶다. 아울러 '흑기사' 내용은 빼더라도, 유능한 대신이 경제 개혁하려 할 때 귀족들의 이기심으로 무산되는 내용이라든가 '삼부회 소집' 에피소드 정도는 나와줬어야 한다고 본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 대하 사극 같은 '역사물'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명작 근처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복합적인 입장에 처해 있는 등장 인물'을 복합적으로 잘 묘사했기 때문이며 '프랑스 혁명'을 전후한 역사적 사건을 극화하여 구체적으로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기에 말이다.
상대적으로 원작 만화가 훌륭하기에, 다소 요란한 듯한 노래를 곁들여 이 쪽 러브라인 살짝 보여주고 저 쪽 러브라인을 혁명과 엮은 뒤 살짝 보여주고서 끝낸 2025년 리메이크 애니메이션 <베르사유의 장미>가 무게감 많이 떨어져 보이는 감이 있긴 하다. 영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나름 볼거리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실제 러브 라인과 가상의 러브 라인
원래 <베르사유의 장미> 원작가의 의도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중심 인물로 쓸려고 했고, 그러다가 조연일 뻔한 '오스칼'도 중심으로 끌어들여 '여성 투톱물'로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다.(애초에 실존 인물 '마리 앙투아네트'가 없었다면 가상 인물 캐릭터인 '오스칼'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터) 극 초반부터 스웨덴, 프랑스, 오스트리아에서 동갑내기로 태어난 '페르젠-오스칼-마리의 출생이 등장하고, 그들보다 한 살 위인 오스칼 집안의 하인 '앙드레'는 원래 주변 인물이었으나 독자들의 '오스칼-앙드레 이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후반부에 '오스칼 상대역'으로서 러브라인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젠'은 실존 인물 캐릭터로서, 이들의 서사는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 참고하여 만들어낸 것 같다.
넷플릭스 공개 <베르사이유의 장미> 2025년 리메이크 애니 영화에서도 '로맨스' 대목은 원작과 비슷하게 집어 넣었다. 이 주요 캐릭터들 사랑의 작대기는 [마리 앙투아네트♡페르젠←오스칼←앙드레] 구도이다. 가장 무도회에서 첫눈에 반한 프랑스의 '마리 왕비(유부녀)'와 스웨덴 귀족 '페르젠(총각)'이 서로 사랑인 가운데 '페르젠'을 '오스칼'이 짝사랑하고, 그런 '오스칼'을 앙드레가 또 짝사랑하는...
이후 '페르젠'이 끝까지 '마리 앙투와네트'만을 사랑할 것을 알게 된 '오스칼'이 실연(짝사랑)의 아픔 진하게 겪다가 어릴 때부터 쭉 자신의 곁에 있어준 시종이자 친구인 '앙드레'의 소중함을 느끼고 둘이 연인 사이가 되어 '프랑스 혁명'을 둘러싼 전투 전날 밤 둘만의 의식을 치르고 부부가 된다. 하지만 전투 도중 '앙드레'가 먼저 사망하고, 그 다음 바스티유 감옥 습격일에 '오스칼'도 총 맞고 사망하게 된다.
1970년대 초반에 나온 <베르사유의 장미> 원작 만화에 '방 안'에서의 '오스칼-앙드레 침실 장면(살색밀착씬)' 나오는데, 여성 만화가가 쓴 순정 만화에서 최초로 나온 베드씬이란 말도 있다.(이후에 나온 국내외 순정 만화들 중에도 '애들은 가라'삘의 19금 만화인 경우가 꽤 있음)
1979년 구 버전 애니에선 이 장면이 '강가에 있는 숲'에서 선 채로 끌어안은 앙드레-오스칼의 속살이 약간 보이게 묘사되었던 것 같다. 자막 버전인 일본 원판이 그렇다는 거고 한국은 '선비의 나라'라(으흠~), 아님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애들이 보는 것'이란 인식이 강해서인지 우리말 더빙 버전에선 자체 검열로 이 둘의 속살씬은 삭제된 걸로 알고 있다. 2025년 신 버전 애니의 경우, 원작 만화 장면과 비슷한 느낌으로 '앙드레-오스칼 방 안에서의 정사 장면'이 사알짝 등장한다.
실존 인물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실제로도 스웨덴 귀족 '페르젠'과 정신적 사랑을 하는 관계였다는데, 이번 애니메이션에도 그런 류의 묘사가 나온다. 솔직한 마리 왕비가 애엄마가 되기 전부터도 알현실에서 페르젠을 편애하는 모습이 많이 목격되었고, 수상해 보이는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퍼져 어느날 루이 16세에게 익명의 편지가 도착한다. 국왕 부부의 세 자녀 중 누군가는 페르젠의 아이일 것이라는 내용의... 그것에 관해, 마리 앙투아네트는 '페르젠을 사랑하는 건 사실'이라고 남편인 루이 16세에게 솔직하게 말해 버린다. 하지만 아이는 결단코 '남편인 루이왕의 아이가 맞다'고 이야기하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부인을 사랑해 왔지만, 스스로도 자신이 기가 약하다고 느끼고 외모에 자신 없던 루이 16세는 '여자로서 멋진 남자와 사랑하고 싶은 감정 들 수 있다'며 아내의 심정을 이해해 주는 발언을 한다.(아, 대인배! 보살 루이) 이 장면에서의 뉘앙스는 동일하지만, 원작 만화와 2025' 극장판 애니 버전의 장면 구성이 조금 다르다. 신 버전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루이 16세의 외형이 조금 더 젊어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운 따라 흐름 따라, 역대급 불쌍한 국왕
당시는 세습제라 적성에 안 맞고 자질 없음에도 '왕위'에 올랐지만 루이 16세는 결단력도, 통찰력도 별로 없는 능력치 하위권의 왕이었다. 하지만 순한 성정에 검소한 편이었다는데... 프랑스 재정 파탄은 이전 왕들의 영향이 컸고 이 국왕대에선 전쟁과 대외 상황, 자연 재해 등으로 더 어려워진 것이었다. 거기다, 부인인 마리 왕비가 왕좌를 노린 다른 왕족이 사기꾼을 이용하여 일으킨 '거짓 여론전(헛소문)'의 피해자가 되고 국민 욕받이가 되었으니... 루이 16세도 운 나쁘게 '역사적 흐름의 영향'으로 자신이 한 짓에 비해 과도한 업보를 받게 된 케이스라 생각된다.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마찬가지. 그녀 전후의 다른 프랑스 왕비들에 비하면 마리는 상대적으로 검소한 편이었다는데... 단두대 처형까지 간 것도 '아들 성추행'이라는 억울한 누명에 의해 그리 된 것이고 말이다. 여러 면에서, 이 부부는 다른 시대에 태어났으면 특출난 행동의 물의는 일으키지 않으며 조용히 잘 살다 갔을 인물들 같다.
만화-애니 <베르사이유의 장미> 속 가공된 캐릭터인 오스칼이 귀족 신분임에도 '난 이게 정의 같아' 하면서 목숨까지 바쳐가며 민중들 편에 섰는데... (극 중에서) 그랬던 오스칼이 죽어간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실제로) '귀족'과 잔존 '왕족'과 '부자'들이 지지고 볶고 싸우더니 나중엔 '왕'을 넘어서 '황제'가 등장하고, 민중 봉기하면서 '왕을 없애자' 하고 단두대에서 운 나쁜 왕족들 목 댕강댕강 자르고 했지만 프랑스에서 다시 '왕정이 복고'되는 허무한 상황이 펼쳐졌다. 실제 역사 속에서 말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역사의 흐름에 떠밀려 단두대에 올랐지만, 전후 다른 왕비들에 비해선 검소한 편이었던 마리 앙투와네트와 무척 검소한 데다 애첩 1명 안 두고 부인에게나 자식들에게나 자상하고 가정적이었던 훌륭한 인품의 루이 16세.. (이 작품 속에서 그 장면까진 안 나오지만) '프랑스 혁명' 때 이 부부를 처형하는 데 큰 영향력을 끼친 로베스피에르는 몇 년 뒤 저들보다 더 끔찍한 몰골로 단두대에 오르게 된다.
혁명기 때 로베스피에르의 동생이 끌어 올려준 '나폴레옹'이 어부지리 격으로 훗날 떡상하게 되고, 지나친 숙청이 문제가 되어 몰락했지만 '검소한 데다 사생활 깨끗하긴 했던 로베스피에르'와 '나폴레옹을 출세시켜준 그의 동생'은 결국 처형당했으니 세상사 참...(이후에 황제로 군림하게 되는 군인 출신 '나폴레옹'이 영웅이긴 한데, 성질은 더러운 편이었음. '마리 앙투아네트'보다 '나폴레옹 부인'이 훨씬 더 사치스러웠던 것 같기도 하고...)
배 고파서, 먹을 게 없어서, 사는 게 힘들어서 백성들이 거리로 나온 건데 1789년 혁명 이후 민중들의 삶이 더 나아지지도 않았고 이후 몇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프랑스의 재정이 어려웠다. 왕족 처형 후 혼란스러운 프랑스에 유럽 여러 나라들이 들이닥쳐 프랑스의 평범한 농민, 서민들이 전쟁터로 내몰리게 되기도 했고 말이다. '이상'이야 아름답지만, '현실'은 이상과 같지 않을 때가 많다. 혁명의 열매로 민중들이 더 잘 살게 된 것이 아니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혁명 후 '독재자'가 등장하고 이 가문의 '왕정'이 다른 가문의 '왕정'으로 옮겨간 것 뿐인 결과를 낳기도 했으니...
이케다 리요코의 <베르사이유의 장미> 원작 만화엔 그런 데 대한 비판적 시각도 좀 있다고 보여지는데, 신 애니메이션에서 '정치'와 '역사'적 사실은 너무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보여준 것 같아 러닝 타임을 1시간 50분으로 할 게 아니라 3시간 50분 정도로 늘려서라도 원작 설정을 좀 더 제대로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공들여 만든 것 같지만 '평점이나 대중적 평가'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것도 그런 대목 때문이 아닐까?(제목과 특정 캐릭터와 해당 스토리를 만들어낸 원작 만화가 워낙에 무게감 있게 잘 만들어진 '대하 사극 역사물'이기에...)
러닝 타임 길게 해서라도 제대로 된 역사물 선보인 일부 실사 영화들처럼, 이 <베르사유의 장미> 극장판 애니 영화도 공들인 김에 조금 더 공들여서 보다 중량감 있는 작품 만들어냈다면...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누군가에겐 나온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기획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참된 이상이 서서히 나은 현실 만들어내기를..
이케다 리요코의 또 다른 대표작 <오르페우스의 창=올훼스의 창>에서도 귀족 신분이었던 크라우스(클라우스)가 민중을 위한답시고 몸 담았던 '러시아 혁명'의 결과는 무척이나 처참했다. 혁명에 가담한 다수 인물들의 최초 의도는 좋았으나 <오르페우스의 창>은 실제 역사 및 극 안에서 주인공 개인 서사에서의 결과가, <베르사유의 장미> 경우 실제 역사 속에서의 이후 스토리가 좀...
하지만 혁명기 당시의 극 중 인물들이 바랐던 '만인이 평등하고 모두가 다 같이 잘 사는 국가, 그런 나라들이 모인 세계'에 대한 염원이나 이상, 그 정신은 후대에도 모두에게 꾸준히 전해져 이 세상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 믿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