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1980년대에 나온 일본 애니 원래 제목이 <불꽃의 알펜 로제:쥬디와 랜디(炎のアルペンローゼ:ジュディ&ランディ)>이다. 우리나라에선 <알프스의 장미>란 제목으로 TV 방영되었다. 이 영상물은 현재, 인터넷 서점에서 <알펜 로즈 TV 시리즈(ALPINE ROSE TV Series)>란 제목의 DVD로도 판매 중이다.
이 작품 내에서 '알프스의 장미/알펜 로제'의 의미
<알펜 로제=알펜 로즈>는 '제2차 세계 대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스위스에서 처음 만나게 된 '쥬디'와 '랜디'의 긴 여정을 보여주는 만화이다. 제목으로 쓰인 '알펜 로제(Alpen Rose)'는 스위스, 독일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식물(꽃) 이름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 내에선 독일 나치에 저항하는 오스트리아인들의 마음을 담은 '반나치곡'으로 쓰였다. 이 '반 나치의 노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알펜 로제, 알펜 로제
핏빛의 꽃이여-
나를 옭죄는 십자가의 사슬을
끊어낼 용기를 주오.
이 손에 검을 쥐어 주오.
알펜 로제
용기를 주오, 이 손 위에.."
'오스트리아'가 나치에 의해 '독일'에 합병되자, 음악가인 아센바흐가에서 조국의 독립을 바라는 사람들끼리 자주 모여 저항의 의미를 담은 노래 <알펜 로제>를 함께 부르곤 했다. 반나치의 노래인 이 곡 '작사'는 여주인공의 아빠가, '작곡'은 당시 어린 소년이었던 천재 작곡가 레온하르트가 한 것으로 나중에 밝혀지게 된다.
스위스, 본인들이 살던 마을에서 우연히 악당 구르몽 백작과 엮이게 된 주인공들. 권력가 구르몽은 당돌한 소녀 쥬디를 납치해 가고, 그녀를 탈출시킨 랜디는 그 길로 여주인공이 '기억 잃기 전 살았던 걸로 추정되는 오스트리아'로 향해 가게 된다. 이 만화 초반엔 랜디가 여주인공 쥬디와 동행하며 그녀를 지켜주는데, 이 둘은 잘츠부르크 도착 전 열차 사고로 헤어지게 된다.
이름도 외형도 매력적인 '레온하르트' 캐릭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홀로 '알펜 로제'와 연관된 작곡가 레온하르트를 찾게 된 쥬디는 그곳에서 구르몽 백작과 나치 경찰에게 쫓겨 다시 스위스로 되돌아와야만 했는데, 이 망명길에서 여주를 지켜주는 또 다른 남자 '레온하르트 아센바흐' 캐릭터가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 등장 인물은 여주와 썸을 타는 일도 없고, 삼각 관계조차 성립 안되는 only 여주 짝사랑남. 영혼의 단짝인지, 운명적인 반쪽인지 <알펜 로제=알프스의 장미>의 주인공 소녀 '쥬디'는 처음부터 끝까지 '랜디'만을 사랑한다.
원작 만화 속 '등장 인물에 관한 작가의 설명'란에, 아카이시 미치요(Akaishi Michiyo)가 '레온하르트' 캐릭터의 외형과 성격을 여러 번 바꾼 내용이 나온다. 원래는 '레온(하르트)'란 인물을 '상냥한 표정의 짧은 머리 순둥한 남자'로 설정하려다,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다크한 성격의 예민남'으로 바꾸었다가, 최종적으로 '잘 웃고 화도 잘 내는 매력적인 인상의 긴 머리 정열가' 타입으로 묘사하게 되었다는... 성격도, 외형도 최종본이 제일 낫다.
원작 만화는 어른용, 애니메이션은 아동용?
만화에서의 묘사를 보면 '레온하르트'의 헤어야말로 확신의 '금발 머리'이건만, 애니메이션에선 '보라색 머리'로 그려 놓았다. 그리고 원작 만화 속 '레온하르트'와 '랜디'는 나이 뿐 아니라 키도 비슷한데, 애니메이션에선 '레온하르트' 혼자 다 성장한 어른이고 '랜디'는 그에 비해 아직 꼬맹이, '쥬디'는 '레온하르트'에 비해 완전 키 작은 어린 아이로 그려 놓아서 뭔가 밸런스가 좀 이상했다.
<알펜 로제> 원작 만화는 역사적 내용도 꽤 들어가 있고, 초반부터 여주 노출(?)씬과 남주 여주 스킨십 나오는 등 수위도 좀 있으며, 어른 눈높이에서 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인 반면 <알프스의 장미> 애니메이션은 전반적으로 남녀 주인공 외형부터 시작하여 '아동용으로 각색' 되어진 내용이 많은 편이다.(대다수의 애니메이션이 그러한 경향이 있음)
'성장 과정'부터 '같은 작품-다른 내용'
스위스 시온이라는 곳 어느 장소에서 기억 잃은 채 쓰러져 있던 6세의 쥬디(주디)를 한 살 많은 랜디(랑디)가 발견하게 되어 '부모 잃은 랜디'의 친척집에서 그 둘이 함께 자라나게 된다.
<알펜 로제> 원작 만화에선, 5년 넘게 한 집에서 살다가 최근 들어 랜디의 친척 부부가 더 이상 키우기 버겁다며 쥬디를 동네 식당(술집?)에 돈 벌러 보내버린 걸로 나온다. 그런데 가게의 바뀐 주인이 13세 소녀가 된 쥬디한테 이상한 짓 하려고 해서, 이 여주가 다시 랜디 있는 집으로 도망쳐 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애니메이션 <알프스의 장미>의 경우, 남주와 여주 둘이 쭉 같이 성장한 게 아니라 쥬디가 병원에서 간호사로서 성장하고 세월이 흘러 '떨어져 살던 쥬디와 랜디가 5년 만에 재회'하게 되는 걸로 극이 시작된다.
회상씬에서 여주가 병원으로 떠나려 할 때 헤어지기 싫어한 남주가 심통 부리는 설정 나오는데, 이건 살짝 캐.붕(캐릭터 붕괴) 같기도... 이 작품의 '랜디'는 그런 일로 상대방에게 성질 부릴 인물이 아니다. 꼬맹이 시절 때나, 자랐을 때나,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을 향한 배려심 넘치고 '쥬디'에겐 한결같이 상냥하고 자상한 남자가 바로 '랜디'란 인물인 것을...
좋아하면서도 어린 시절의 '쥬디(원래 이름-알리시아)'에게 짖궂게 굴었던 악동 같은 '레온'과 항상 따뜻하고 다정한 '랜디'의 각기 다른 개성이 아카이시 미치요의 원작 만화에선 잘 표현되어 있어서 좋았는데, 애니 버전의 경우 '레온-쥬디' 어린 시절 일화도 안 나오고 소년으로 위장하기 위한 '여주 남장 에피소드'를 비롯하여 여러 면에서 생략된 부분이 많아서 좀 아쉬웠다.(이 만화 속 여주인공은 '긴 머리' 때보다 '짧은 머리'로 나왔을 때의 인물이 더 나아 보이기도 해서...)
애니메이션 <알프스의 장미> 결말
애니메이션 <불꽃의 알펜 로제=알프스의 장미>를 원래는 더 긴 회차로 기획했다가, 여러 사정으로 인해 20회로 종영한 모양이다. 그래서 뒷마무리 제대로 안된 듯한 모양새로 끝나버렸다. 쥬디의 앵무새 쁘랭땅이 맨 처음부터 외쳤던 '알펜 로제'란 단서를 가지고 스위스에서 오스트리아를 향해 그녀의 부모를 찾으러 갔던 쥬디와 랜디가 그 노래 작곡가인 레온 찾고, 작사가인 아버지를 찾게 되지만 결국 '전쟁 부상 후유증'으로 부친을 잃게 되고, 나중엔 스위스로 돌아와 어머니를 찾게 되고...
죽은 줄 알았던 악당 '구르몽 백작'이 재등장한 뒤 원작 만화에선 (랜디의 잃어버렸다가 찾게 된 친형) 타란툴라를 시켜 스위스의 기잔 장군을 암살하려는 설정이지만, 애니 버전에선 타란툴라(쟝 자끄) 대신 구르몽이 별도의 용병들을 고용하여 기잔 암살을 시도하는 걸로 나온다. 원작 만화에선 후반부에 '랜디 형인 쟝 쟈끄=타란툴라'의 비중이 꽤 큰 편인데, 애니메이션에선 비중 줄어들었고 캐릭터 이미지(작화)도 좀 다르다.
<알프스의 장미> 결말부에 '쥬디-랜디-레온-사진 기자-(레온 친구인) 위장한 나치 군인' 등이 프랑스에서 기잔 암살을 저지한 뒤 마지막에 레온이 남주 여주에게 오스트리아로 돌아가겠다 말하고, 이후 1940년 유럽에서의 전쟁 상황 설명하면서 알프스 산맥과 기잔 장군의 공, 국민들의 용기로 스위스는 지켜졌다는 나레이션으로 이 애니메이션은 급 마무리된다.(그런데 이 극의 '레온'은 나치 경찰 피해 도망다니는 중이라, 전쟁 중에 오스트리아로 돌아가면 안되는 것 아닌가?)
원작 만화 <알펜 로제> 결말
아카이시 미치요(あかいしみちよ)의 원작 만화 <알펜 로제(アルペンローゼ)>는 '내용'이 더 개연성 있고 상세하며, 여러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도 각자들마다의 개성 있게 잘 묘사된 편이다. 애니 버전과 달리 작중 최강 빌런인 '구르몽 백작'의 여주 엄마에 대한 '지독한 사랑'이 후반부 에피소드를 끌고 가는데, 애니메이션에선 이 악당이 끝까지 살아남게 되고 원작 만화에선 마지막에 '구르몽'이 사망한다.
프랑스의 구르몽 백작이 '스위스 정복'의 야망을 품게 된 건 총각 시절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지만 그런 자신을 거부하고 결국 오스트리아남(여주의 부친)과 결혼해 버린 엘렌(여주의 모친)이 스위스 사람이기 때문. 원작에선 그가 타란툴라를 시켜 '스위스의 영웅인 기잔' 암살을 시도하지만, 형의 저격수 생활을 막으려 노력해 온 랜디가 기잔 대신 총 맞고 중상 입은 뒤 우여곡절 끝에 회복하여 전쟁 끝나고 남주-여주 결혼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레온은 계속해서 음악가로, 성장한 랜디는 의사로, 쥬디는 간호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구르몽과 함께 죽은 줄 알았던 랜디의 유일한 피붙이인 친형 쟝 자끄(타란툴라)는 결국 살아있었다는 해피 엔딩의 결말.
악당 '구르몽'이 줄기차게 사랑한 거 이해될 정도로 쥬디 엄마 '엘렌'이 중년 여성임에도 무척 우아하고 매력 있게 느껴졌으며, 그 외 조연들 중에도 인상적이었던 몇몇 캐릭터들이 있었다. 쥬디 아빠의 경우, 만화 보다는 애니메이션 작화가 더 좋았다. 원작에선 좀 애매한 인상인데, 애니 버전에선 보다 분위기 있고 중년 로맨스에 어울리는 인상으로 묘사되어서 좋았던...
믿고 보는 '아카이시 미치요' 만화
영상물 <알프스의 장미>에서 멜로디를 가미한 '알펜 로제' 노래를 들어볼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지만, 캐릭터의 매력도나 전반적인 극의 완성도는 <알펜 로제> 원작 만화 쪽이 더 나은 편이다.
아카이시 미치요(赤石路代)의 '피겨 스케이트' 소재인 1990년대 스포츠물 <원 모어 점프=아이싱 러브>도 꽤 재미있게 보았는데,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반나치곡'이 제목인 1980년대 역사 순정 만화 <알펜 로제>도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극 전반에 걸쳐 '심각함'이 있으면서 결말은 '해피 엔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나름의 만족도가 높았던 역사적 배경의 시대물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