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오르페우스의 창, 순수한 음악가 이자크의 잘못된 연애 편

이케다 리요코의 <오르페우스의 창=올훼스의 창>은 예전에 인터넷 카페 활동할 때 그곳 회원들로부터 추천 받아서 접하게 된 순정 만화다. 글도 잘 쓰고 안목 있는 회원들이 많아서 '도서, 영화, 음악, 만화' 등의 분야에서 양질의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좋은 추억의 커뮤니티였는데, 그때 '좋아하는 순정 만화'로 <올훼스의 창>을 꼽는 분들이 꽤 있었다.

세 파트로 나뉘어진 스토리


이케다 리요코(池田理代子)의 시대물 <오르페우스의 창> 초반부는 독일 레겐스부르크 음악 학교를 다니는 '율리우스(유리우스)-클라우스(크라우스)-이자크'의 학창 시절 서사로 채워져 있으며, 중반부는 피아노 전공자인 이자크의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생활, 후반부는 클라우스를 둘러싼 러시아 혁명과 그곳에서 재회하게 된 그와 율리우스의 비극적인 애정사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 '레오니드 유스포프(러시아 장군)' 등장의 뒷부분도 무척 흥미롭긴 했는데, 중간에 나온 이자크의 '연애'와 '결혼' 스토리는 요즘 현대인들의 이성 교제 이슈에 대입해 봐도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얘깃거리 많게 느껴졌다.(히가와 쿄오코 <바람의 저편> 남주인 '무사 이자크' 이전에, 이케다 리요코 <올훼스의 창> 속 '피아니스트 이자크'가 있었다!)

가난한 천재 이자크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이자크는 조실부모하여 형편이 어려워졌지만, 특유의 재능으로 음악 학교에 입학했고 여동생과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히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주인공들이 다니는 독일 음악 학교의 영향력 있는 선생님이 그를 밀자, 이자크가 오기 전까지 '피아노'로 가장 실력 있었던 학생(부잣집 아들)이 그를 시기하게 된다.

인맥과 재력이 엄청난 그집 엄마는 자기 아들이 가난뱅이 이자크한테 밀린다 생각되자, 그가 성장하지 못하도록 비겁한 방식을 동원한 방해 공작을 펼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훼스의 창> 세 주인공 중 1인인 '이자크'는 그 안에서의 여러 저항을 다 뚫고 '피아니스트'로서의 역량을 인정 받아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어딘가 수상했던 그녀


율리우스(유리우스)가 클라우스(크라우스) 선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은 '이자크'에게, 어느날 미모의 '아말리에(아마리에)'가 나타난다. 지도 교수 딸이자 하숙하는 집 아주머니의 조카인데, 겉보기엔 미혼의 '젊은 선남 선녀'이고 자꾸 엮이다 보니 둘이 결국 사귀는 사이가 된다.

여기서 2살 연상녀인 '아말리에'의 밀당 스킬이 굉장히 고단수처럼 느껴졌다. 본인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애정 표현하여 남자 마음을 설레게 해놓고선 뒤로 슬쩍 물러나 상대방을 더 애간장 타게 만드는 식으로 이자크를 뒤흔든다.(불여시 같은 것!)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남자를 굉장히 신경 쓰이게 한 뒤, 결정적인 순간에 또 "오늘밤 내 방으로 와줘요" 하면서 유혹하고... 남자는 시각에 약한 동물인데, 그녀의 '미모'가 엄청나서 이자크가 말려든 것 같다.

양다리의 희생양이 되다


그런데! 이자크의 '첫 연애 상대'인 아마리에는 집안에서 정해준 '약혼자'가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결혼하기 전 '가슴 설레는 연애'를 해보고 싶었던 차에 '젊고, 잘생기고, 피아니스트로서도 인정 받아 미래가 창창한 이자크'를 보니 탐이 나서 그를 꼬신 뒤 이 순진한 남주를 '양다리 연애 행각의 희생자'로 만들었던 것.

올훼스의창-오르페우스의창-이자크

중간에 힌트가 주어졌을 때 진작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굳이 양다리가 아니었더라도 <오르페우스의 창>의 아말리에는 '아름다운 쓰레기' 계열의 여자로, 와꾸는 훌륭하지만 예술가인 이자크와 '관심사'가 비슷한 것도 아니고 '대화'가 그렇게까지 통한다고 할 수도 없는 '자신의 본능적 재미에만 충실한 여자'였다.

순수한 음악가의 잘못된 연애


그럴 여건이 안되는 이자크에게 자꾸만 놀아 달라고 징징대다가 이전에 만났던 남자애들이랑 같이 어울리고, 말다툼에서도 모든 책임을 상대 쪽에 뒤집어 씌우고... 그러면서 크게 삐친 아말리에를 위해, 고학생인 이자크는 어려운 형편에도 연인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고가의 핸드백'을 선물하게 된다.

보통 '배려심 있고 지각 있는 여성' 같으면 넉넉치 않은 남자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하며 그런 행동하는지 알아차릴 텐데, 아말리에는 쓰레기 버리듯 이자크의 소중한 그 선물을 사정없이 내동댕이쳐버렸다. 음악 일정 때문에 '빈'을 떠날 수 없다고 얘기했음에도 함께 '파리 여행' 가지 않으면 마음 풀지 않겠다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 말이다.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살아온 여성이어서 그렇다고 이해하기엔, 그건 '마음'의 문제이기에... 해당 내용을 보면서 '순수한 이자크, 성질 더러운 이상한 여자한테 걸렸네'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현실 연애 프로그램 같은 데서 그런 커플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남자 쪽을 향해 "저런 배려심 1도 없는 여자하고는 오래 사귈 필요가 없어. 당장 헤어져!" 그랬을 것이다.

씁쓸하게 끝나버린 첫연애


그럼에도 '이자크' 쪽에서 여자를 위해 많이 참아주고, 본인이 더 노력할려고 하고, 처음 연애한 여자인데 깊은 관계로까지 발전했으니 결혼까지 추진하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이 남주는 곧 '껍데기는 아름답지만 내면 빈약한 아말리에'한테 부모가 정해준 약혼자가 있었고, 그 둘이 어제 파리 여행을 갔으며, 그녀가 곧 정혼자와 결혼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오르페우스의 창> 초반에 그가 '율리우스'한테 보인 행동을 보면 '이자크'는 굉장히 섬세하고 이해심 깊은 참한 청년이다. 만남 초기 때부터 어딘지 수상쩍은 구석이 많았던 '아말리에'와 그의 씁쓸하게 끝나버린 연애사를 보면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남일 아닌 것 같은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이후,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의 이자크가 아말리에한테 '분노의 싸다구 날리는 장면' 나왔기에 묵은 체증이 좀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올훼스-오르페우스의창-이자크-아말리에-아마리에
양다리녀를 향한 연하남 이자크의 분노
생의 많은 부분을 음악 공부에 매진하며 살아온 순수 청년 '이자크'가 다음 번엔 부디 좋은 여자를 만나야 할텐데... 그런 마음으로 이케다 리요코(Ikeda Riyoko) 만화 <오르페우스의 창>을 읽었건만, 그의 '잘못된 연애' 편은 초급 난이도로 느껴질 정도로 더 센 느낌의 '뜯어 말리고 싶은 결혼' 편이 또 기다리고 있었다. 아, 신이시여!